[Punisher-Phoebe Bridgers]

안녕 뭐 어쩌다보니 이런 곳에다 글을 쓰게 됐다. 누가 읽어주려나. . 나 같아도 안읽을 것 같긴 하다. 그치만 나는 이제 어른인데, 걸핏하면 뭘 자꾸 잃어버리고 잊어버려서 이제부터는 다람쥐처럼 차곡차곡 모으는 습관을 기르려고 한다. 이게 도움이 되었으면 . .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Punisher], June 2020

첫 번째로 얘기해볼 앨범은 최근 몇 년간 영미 인디씬을 주름잡고 있는 Emo-folk, Indie rock의 여왕 Phoebe Bridgers의 2집 앨범 [Punisher]이다. 성공적이었던 데뷔 앨범 이후 이번 소포모어 앨범에서 그녀는 메타크리틱의 메타 스코어(critic 평론 점수)90점을 기록하며 . . 한층 더 열렬해진 평론가들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내 생각에 Pitchfork는 그녀를 편애하는 것이 분명하다-. 일단 나는 이 앨범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물론 1집보다는 아니지만, 한 치의 의심도 빈틈도 없이 사적인 스탠스에서 글을 쓸 것이다. 블로그에다가 글을 쓰려니 뭔가 굉장히 단호한 문장을 써야할 것 같다. 그래서 . . 나는 Phoebe의 앨범이 . . 2020년 가장 Emotional하고 습관적인 포크-프로듀싱에서 벗어났으며 매우 개인적인데 나에게도 카타르시스적이고 그래서 무척 우울한데 계속 듣게되는 앨범 1위에 등록될만 하다고 -만약 그런 차트가 있다면 . .- 생각한다. Such an emotional masterpiece ! !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 . 나와 깊은 대화를 해야할 걸. 근데 막상 글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떡하지?


Elliott Smith :

그래서 몇 가지 키워드로 소제목을 붙여봤다. [Punisher]의 가장 큰 영감이 되어준 것은 미국 인디 포크락계의 전설적인(?) 비운의(0) 싱어송라이터 Elliott Smith이다. 그에 대한 포스트도 조만간 올려보면 재밌겠다. 여튼 Phoebe는 엘리엇이 사망한 뒤에서야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여러 중독에 시달리다 2003년 자기 가슴을 칼로 찔러 자살했다.- 그의 엄청난 팬이 된다. "Punisher"는 음악가들 사이에서 자신을 마음대로 평가하고 간섭하는 일종의 극성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공공연히 사용된다. Phoebe 자신이 Elliott에겐 또 한 명의 "Punisher"일거라는 생각에서 이번 앨범 명을 붙였다고 한다. 4번 트랙인 <Punisher>도 엘리엇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그가 살았던 LASilver Lake 타운에 관한 얘기, 그리고 약간의 우울에 관한 얘기, 그러나 대부분 Elliott을 쫓아다니면서 -그가 살던 집이나 자주 가던 바- Phoebe 자신이 그의 "Punisher"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얘기를 담았다.

내 생각에 Elliott은 그녀에게 단순한 영향의 수준을 넘어서 Phoebe의 파운데이션 전반이 되어주는 어떤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봤는데 -아마 NPR일 것이다 찾기 귀찮음- 그녀는 Elliott을 싫어하는 사람하고는 다른 어떤 부분에서도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나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하고는 별로. . . 음악적으로도 앨범 전반에 Elliott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는데, 1집보다 한층 더 Evocative해진 가사도 그렇고 -작사가로서의 Elliott도 매우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Phoebe의 가사가 더 좋다- 와중에 더 섬뜩하고 차가워진 유머센스도 그 중 하나다. Elliott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더블 트래킹 된 보컬도 마찬가지로 닮아있다. 포크기타 사운드도. 개인적으로는 그녀와 그의 모든 곡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매우 슬프기 때문에 . . . 앨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것이 감정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그녀의 이번 앨범은 Elliott에 대한 트리뷰트 앨범이라고 매우 건방지게 말해본다. 백예린과 Amy Winehouse처럼. 나에게도 Phoebe에게 있어 Elliott 같은 사람이 생기면 어떨까? 그런 대상이 있었나 문득 생각해본다. 그치만 어느 순간에는 분명히 그를 만난 걸 혹은 만나지 못한 걸 후회할 것 같다.


Kyoto :

개별 트랙에 대해서 전부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오늘은 하나만 골라 보았다. 그것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기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Kyoto>다.

-Kyoto 뮤비. 원래 직접 일본에 가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저예산 홈뮤비가 되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켈레톤 코스튬.

<Kyoto>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업비트의 곡으로 전통적인 Phoebe의 포크 발라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 있는 노래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트랙의 중심적인 멜로디 라인이 되는 flute/horn 타입의 포켓 피아노 소리 -두~두두두 두~ . . - 가 귀를 사로잡는다. 짧은 인트로 이후 distorted된 일렉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 리듬이 앞으로 박차고 나오면서 우리 안의 다분히 인디스럽고 chill한 락커를 소환한다. 곡 전반을 관통하는 해피한 트럼펫 라인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다. 트럼펫을 추가한 것은 Phoebe의 아이디어. 트럼페터로는 Phoebe와 깊은 인연이 있는 밴드 'Bright Eyes'Nathaniel Walcott이 참여했는데, 녹음 시기에 Nathaniel의 앞니에 문제가 있었어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근데 스튜디오에 있는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고 . . 내가 Phoebe 였으면 엄청 미안했을 것 같다. 앞니는 소중한건데

여튼 꼭 종이비행기를 타고 유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라이트한 신스, 혼 소리와 그에 대조되는 그리티한 일렉/베이스 사운드의 조화가 자꾸만 나를 어딘가로 힘차게 떠미는 느낌이다 -교토로 갈 수 있다면 ! 좋겠다ㅠㅡㅠ-. 그렇게 업비트가 주는 따듯함과 곡의 두툼한 텍스쳐에 둘러싸여있을 때, Phoebe의 차가우면서도 연약한 보컬이 등장한다. 무언가 목소리에 날이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건 Phoebe 특유의 음색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멜랑콜리한 가사에 기인한 것이다.

<Kyoto>의 가사에는 크게 두 가지가 녹아있다. 첫째는 Phoebe가 투어를 다니며 경험했던 가면증후군-Impostor Syndrome-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다. Pitchfork와의 인터뷰에서 Phoebe의 말을 빌려오자면. 

"This song is about impostor syndrome. About being in Japan for the first time, somewhere I’ve always wanted to go, and playing my music to people who want to hear it, feeling like I’m living someone else's life. I dissociate when bad things happen to me, but also when good things happen. It can feel like I’m performing what I think I’m supposed to be like."

가면증후군은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를 부정하게 되면서 불안을 느끼는 걸 말하는데 Phoebe가 투어차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투어 무대 백스테이지에서 굉장히 힘들어했었다는 인터뷰를 본 기억도 난다.

Day off in Kyoto / got bored of the temple / Looked around at the 7-eleven/ ... / I wanted to see the world / Then I flew over the ocean / And I changed my mind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가고 싶었던 교토에 와서도 사실은 가장 지겹고 익숙한 세븐 일레븐을 찾게 되고, 더 넓은 무대로 투어를 떠났지만 바다를 건너자마자 마음을 바꿔먹게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러지 말았으면. . 라이브가 보고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그럴만한 성공을 얻어보질 않아서 . . 모르겠지만. 나도 늘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지금 말고 . . . 결핍의 대상은 없고 주체만 있는 딜레마다. 왜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종종 내가 정말 원했던 것과 다를까? 그 둘 사이의 간극이 가져오는 절망은 누군가를 주저앉히기도, 혹은 아주 작은 확률로 다시 일어서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게 밉다. 데카르트는 나의 내적 상태에 대한 믿음은 오류불가능하고. . 자기 정당화도 가능한 기초적 믿음이랬는데. 데선생의 정초론에도 역시 하자가 있다.


위의 얘기만 해도 나는 벌써 가슴이 저릿한데 Phoebe는 자기 아부지 얘기까지 한다. 그의 아부지는 갖가지 약물 중독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녀와 사이가 매우 안좋았다고 한다. 가사에서 'You'라고 지칭되는 사람은 모두 Phoebe의 아부지라고 보면 된다. 첫 verse에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건 사람도, "너한테 편지를 썼지만 읽어보진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열흘동안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자식 생일에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Phoebe의 가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 단어 하나 없이 굉장히 덤덤한 말투로 자기의 사적인 일화들을 말해주는데 그게 무슨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대체 무슨 말이냐 . . 편지를 부쳤지만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니 너무하다. 마음의 짐을 몽땅 받는 사람 손에 억지로 쥐어놓고 도망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미우면서 동시에 안쓰럽고 사랑스러울까?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연민, 사랑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면서 생겨난 가느다란 실금은 누구의 마음에나 있을 것이다.

I'm gonna kill you / If you don't beat me to it / ... /I don't forgive you / But please don't hold me to it / ... / I wanted to see the world through your eyes until it happened / Then I changed my mind

후렴에서는 이런 모순된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너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지만, 당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봐 걱정하고,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철썩같이 믿지는 말라고 한다.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싶었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위에서 얘기했던 Phoebe의 내적자아의 모순됨과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뒤섞인 감정에 관한 얘기가 결국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Kyoto>의 종착지는 결핍과 애착이라는 한 몸이 벌이는 자기 꼬리잡기다. 그리고 그것은 Phoebe 그녀 인생의 현재진행형인 트라우마다.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단호하고 부담스럽다 . . 근데 그냥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 . 아 지우고 싶다 . .-

ㅎㅎ. . 

이렇게 우울한 가사와 힘찬 비트의 결합을 통해 <Kyoto>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그것은 비단 이 한 트랙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그녀의 음악 자체가 가진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번 앨범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Phoebe 개인이 가진 탁월한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송라이팅, 작사능력, 매력적인 보컬에 있기도 하지만 그녀가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해준 프로듀서들의 작업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Phoebe, Tony Berg, Ethan Gruska가 함께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요 세명은 이른바 자칭 "Trillion"이라고 불린다. 세 명이서 모이면 뭐든 된다고 . . 전형적으로 느리고 슬픈 발라드가 될 뻔 했던 <Kyoto>에 독창적인 숨을 불어넣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이 두 명의 co-producer 들이다.


-무대 배경이 인상적이었던 npr. <Kyoto>, <Moon song>, <I know the end>를 불렀다.

얘기가 길어져서 지루했을 것 같다. 근데 남은 다른 트랙들 - 특히 제일 인기없는 <Moon song>-요게 나는 제일 좋다-, <Chinese Satellite>, <I know the end> 등. . . - 에 대해서도 얘기할 거리가 많다. 쓰긴 쓸 예정인데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분들은 메일을 주시라.

그리고 내가 이 앨범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은 Phobe Bridgers라는 아티스트 자체에 기대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 . . 말 그대로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기 때문이다. . . 이럴수가. 궁금하지 ? 그건 다음 번에 안녕 ! !


Comments

  1. 글이 너무 귀여워요 ㅠㅠ 구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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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너무 좋은 내용이네요 ! 구독과 좋아요 세게 박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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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자하군요 동쪽의 딤세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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