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Grammy Awards


이틀 전 2021 Grammy 어워드 후보가 모두 발표됐다. 본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이지만 나는 해야하는 일들을 외면하느라 매우 심심했기 때문에. . 노미네이트 된 후보들을 주욱 훑어보며 올 한해 음악 시장의 동향을 쓰윽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특히 올해의 후보 선정에는 눈에 띄는 이변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론과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데 -such a mess라고 ..- 개인적으로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건빵 같다. . . 왜냐하면 한마디로 이걸 가능하게 하는 건 끊임없는 텁텁함과 목막힘의 연속 중 오아시스와도 같은 몇 개의 별사탕의 놀라운 존재이기 때문이다-별사탕이 없다면 . . 건빵은 그저 잘못 만든 빵일 뿐 -. 아쉬운 점이 물론 많았지만 내심 기분 좋은 소식이 간간히 보인다. 사실 그래미는 늘 그래서 올해에 퉤퉤 ! ! 하고는 내년에 또 꼭 다시 찾아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오늘은 그 중 내가 주의 깊게 봤던 것 몇 가지를 모아 봤다.


The Big 4 : General Field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4개의 메인 어워드(Record, Album and Song of the Year and Best New Artist)의 후보 리스트.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부문들이 있다. 모든 부문에 대한 리스트는 여기.

Record of the Year

  • Beyoncé - Black Parade
  • Black Pumas - Colors
  • DaBaby Featuring Roddy Ricch - Rockstar
  • Doja Cat - Say So
  • Billie Eilish - Everything I Wanted
  • Dua Lipa - Don’t Start Now
  • Post Malone - Circles
  • Megan Thee Stallion Featuring Beyoncé - Savage

Album of the Year

  • Jhené Aiko - Chilombo
  • Black Pumas - Black Pumas (Deluxe Edition)
  • Coldplay - Everyday Life
  • Jacob Collier - Djesse Vol. 3
  • Haim - Women in Music Pt. III
  • Dua Lipa - Future Nostalgia
  • Post Malone - Hollywood’s Bleeding
  • Taylor Swift - Folklore

Song of the Year

  • Beyoncé - Black Parade
  • Roddy Ricch - The Box
  • Taylor Swift - Cardigan
  • Post Malone - Circles
  • Dua Lipa - Don’t Start Now
  • Billie Eilish - Everything I Wanted
  • H.E.R. - I Can't Breathe
  • JP Saxe Featuring
  • Julia Michaels - If the World Was Ending

Best New Artist

  • Ingrid Andress
  • Phoebe Bridgers
  • Chika
  • Noah Cyrus
  • D Smoke
  • Doja Cat
  • Kaytranada
  • Megan Thee Stallion

다소 실망스런 AOTY

올해의 제너럴 필드 4개 부문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Album of the Year(AOTY)인 것 같다. 작년부터 부문 별 후보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2019년에는 그 전까지 그래미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Bon Iver, Lana Del Rey, the Vampire Weekend 등의 아티스트들이 AOTY 의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올해 AOTY의 절대적인 후보들로 거론되었던 Dua Lipa, HAIM, Taylor Swift[Folklore]은 예상대로 찾아볼 수 있었고, 그래미의 페이보릿 아티스트 중 한 명인 Jacob Collier [Djesse Vol. 3]도 보인다. Black Pumas도 이번에 처음으로 그래미의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AOTY의 가장 큰 이변은 바로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the Weekend의 흔적이다. 대중과 평론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그의 올해 앨범 [After Hours]와 타이틀 곡 <The Blinding Lights>는 꽤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꽤나 높은 지지율과 함께 -사실 거의 확실시 되었다..- 그래미의 AOTY 혹은 SOTY(Song of the Year)의 후보로 거론되어왔다. 그런데 단 한 부문에도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다니 ! ! ! - 충격 - 더군다나 그가 이미 MTV VMA'sAMA 등 다른 음악 시상식들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낸 상태에서 그래미에 초청되지 못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내는 뉴스일 수 밖에 없다. the Weekend도 자기 트위터에 이 사태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the Weekend 뿐만 아니라, 다수의 매체에서 이미 올해의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여러 차례 거머쥔 Fion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마저도 그래미의 AOTY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개인적으로 이건 매우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요지경 . .- 그리고 호평을 받았던 신보 [Rough and Rowdy Ways]로 돌아온 Bob Dylan도 위켄드 형님과 마찬가지로 단 한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Beyoncé sweeping up the Grammy as usual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Beyoncé 언니다. 무려 9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 되었는데, 이게 굉장히 놀라운 일인 이유는 그녀가 올해 정규 앨범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LM 문제를 다룬 [Black Parade]라는 싱글앨범 하나로 그래미를 싹쓸이 한 셈인데-물론 그녀가 수상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그래미도 죽고 못사는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79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었고 그 중 24개의 그래미 상-폴 메카트니와 동점-을 수상했다. 만약에 비욘세가 이번에 8개의 그래미 상을 가져간다면 이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그래미 트로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될 거다. 그녀의 남편 Jay-Z가 지금껏 수상한 그래미 어워드는 22개 . . 다 더하면 . . 이사갈 때 힘들겠다


Rock and Alternative : Women ROCK ! !

이번 그래미의 별사탕 역할을 맡은 건 락과 얼터너티브 음악 부문이다. 올해 Best Rock Performance 부문의 모든 후보자들은 여성이거나 혹은 여성이 프론트를 맡은 그룹이다. 이건 그래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인데, 그 중 누가 수상하든 - Fiona Apple, Phoebe Bridgers, Big Thief, HAIM, Brittany Howard, or Grace Potter 중 아무나 - 그 사람은 Best Rock Performance 부문의 무려 두 번째 여성 수상자가 된다 -2016년 Brittany Howard<Alabama Shakes>가 첫번째-.

물론 얼터너티브와 락 부문 사이의 경계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작년만 해도 Gary Clark Jr., Tool, Brittaney Howard, the 1975 Vampire Weekend가 Best Rock Song이라는 한 부문 아래 모여 있었듯이. 올해라고 해서 락과 얼터너티브 부문을 나누는 기준의 모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음악 산업계가 락과 얼터너티브 뮤직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메이저 방송에서 얼터너티브 씬의 라이징 스타들을 더 많이, 더 빨리,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뉴트로 혹은 복고에 대한 노스탤지어 열풍 그리고 팬더믹으로 인한 DIY-Do It Yourself- 인디 뮤지션들의 부각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그래미 노미네이션에서의 락/얼터너티브의 강세도 이러한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Best Alternative Album 부문 후보작들만 봐도, Pitchfork의 크리틱 점수 만점을 기록한 Fionna Apple의 신보, 저번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Phoebe Bridgers<Kyoto> - 약간 뿌듯하다 음. .-, 그리고 그 둘에 못지 않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Tame Impala의 음악까지 모두 포함되어있다.


R&B has seen better days

개인적으로 2020년의 R&B 음악 시장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작년 R&B 신예 H.E.R.의 등장과 그녀의 수상으로 그래미 R&B 부문의 부흥이 이뤄지나 싶었지만 올해의 노미네이션 리스트를 보면 그닥 . . 하고 고개를 젓게 된다. 여러 좋은 알앤비 음반들과 아티스트들이 쏟아져 나온 올 한해를 성공적으로 요약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Victoria Monét [Jaguar]가 후보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 다른 얘기지만 알앤비와 더불어 힙합 장르 부문의 노미네이션 리스트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힙합은 잘 몰라서 . . 슬쩍 넘어간다.


마지막 약간 웃긴 얘기

어떻게 글을 마칠까 하다가 이번 그래미에 관한 여러 해프닝 중 하나를 소개하며 인사를 한다. Justin Bieber는 올해 꽤나 많은 작업 활동을 한 만큼 총 4개의 시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 Best Pop Vocal Album [Changes], Best Pop Solo Performance <Yummy>, Best Pop/Duo Group Performance <Intentions>, 그리고 Best Country Duo/Group Performance Dan+Shay와의 콜라보레이션 싱글 - 그의 앨범 [Changes]가 팝 부문의 후보로 분류된 것에 대해 짜증. . 을 냈다. 자신의 앨범은 명백히 R&B여야 한다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올렸는데 당연히 이에 관해 말이 많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 .

그래미 후보자 명단이 발표될 즈음에는 늘 마음이 소란스럽고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연말은 내가 부르지 않아도 제 알아서 오고 있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눈치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연말이라니 겨울이라니 하는 것들이 주소를 잘못 찾아 들어온 남의 택배처럼 느껴진다. 슬슬 놓고 가야할 것과 가져가야 할 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남동생과 함께 피자를 먹으면서 티비로 그래미 시상식을 보던 몇 차례의 겨울방학이 생각난다. 올해엔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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